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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파라오 시대의 놀이인 ‘센트’ – 고대 보드게임의 기원에 대해

by azjar 2025. 4. 11.

1. 고대 이집트의 신비한 보드게임 ‘센트(Senet)’


고대 이집트의 문화와 문명은 건축, 종교, 예술 등 다양한 방면에서 세계인의 호기심을 자극해 왔다. 그중에서도 보드게임인 ‘센트(Senet)’는 파라오와 귀족들이 즐겼던 대표적인 여가 활동으로, 고대인의 사고방식과 세계관을 엿볼 수 있는 흥미로운 유산이다. 센트는 기원전 3100년경 초기 왕조 시대부터 존재했던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고고학적 발굴을 통해 무덤 속에서 수많은 게임판과 말, 주사위가 발견되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 종교적, 상징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었다. 당시 사람들은 센트를 사후 세계로의 여정을 상징하는 도구로 인식했다. 특히 파라오나 귀족의 무덤에 함께 묻힌 센트 게임판은, 그들의 영혼이 죽은 후에도 질서와 운명, 시련을 넘어 신성한 세계로 도달하기 위한 여정을 계속한다는 믿음을 반영한 것이다. 이처럼 센트는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삶과 죽음의 경계를 초월한 정신적 도구로서도 중요했다.

게임 방식은 오늘날의 보드게임처럼, 일정한 규칙에 따라 말을 움직이며 진행된다. 보드판은 30개의 정사각형 칸(3행 10열)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 칸은 운명, 보호, 시련, 복귀 등을 상징하는 고유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말의 이동은 막대기 형태의 주사위나 작은 막대를 던져 나온 숫자에 따라 이루어진다. 이처럼 간단해 보이는 게임은 운과 전략이 결합된 깊이 있는 놀이로, 고대인의 지적 활동을 반영한다.

 

2. 무덤 벽화와 유물로 본 센트의 흔적


센트가 고대 이집트에서 얼마나 중요한 놀이였는지는 수많은 고고학적 발견과 유물을 통해 입증된다. 가장 대표적인 예는 투탕카멘 왕의 무덤에서 출토된 센트 게임판이다. 이 게임판은 정교하게 조각되고 채색된 목재로 제작되었으며, 금장식과 상아 장식이 더해져 왕실의 위엄을 상징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취미를 넘어 지배계층의 교양과 신앙의 도구로도 활용되었음을 시사한다.

이 외에도 테베, 룩소르, 아비도스 등의 지역에서 발견된 벽화나 석판에는 센트를 즐기는 사람들의 모습이 자주 등장한다. 벽화 속 인물은 대부분 왕이나 귀족, 또는 사제 계급이며, 상대와 마주 보고 앉아 게임을 두는 장면은 매우 정적인 분위기 속에서도 깊은 의미를 전달한다. 이러한 표현은 센트가 단순한 여가 활동 이상의, 사회적 지위와도 연결된 상징적 행위였음을 말해준다.

흥미롭게도 일부 벽화에서는 사람이 아닌 신과의 대국 장면도 그려져 있다. 예를 들어, 죽은 자가 죽음의 신 오시리스나 마아트와 센트를 두는 모습은 단지 재미로서가 아닌, 삶과 죽음, 심판과 구원의 관문을 통과하는 영적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이처럼 센트는 현세와 내세를 잇는 상징적 매개체로 자리 잡은 게임이었다.

 

3. 센트의 규칙과 게임 방식


센트는 보드판의 30개 칸을 따라 말을 이동시키며, 상대방보다 먼저 모든 말을 끝 지점에 도달시키는 게임이다. 게임에는 보통 각 플레이어가 5개의 말(Pawn)을 사용하며, 서로 번갈아가며 주사위나 던지는 막대를 통해 이동 수를 결정한다. 던지는 막대는 앞면과 뒷면으로 나뉘며, 나온 조합에 따라 1~5칸까지 이동하게 되는데, 이 또한 운의 요소를 더하는 핵심 도구이다.

게임 도중 특정 칸에 도달하면 다양한 효과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26번째 칸은 ‘물의 집(House of Water)’이라 불리며, 여기에 도달하면 말이 보드의 처음으로 되돌아가야 한다. 반면 30번째 칸은 ‘승리의 집(House of Rebirth)’으로, 최종 목적지에 도달한 말을 보드 밖으로 제거할 수 있다. 이러한 칸들은 센트를 단순히 운에 의존하는 게임이 아니라, 타이밍과 전략이 결합된 경쟁적 놀이로 만든다.

또한 말이 상대의 말과 같은 칸에 도달할 경우, 공격하거나 교체하는 기능도 존재했다는 설이 있다. 이는 고대 이집트에서 전략적 사고와 경쟁의식이 놀이에 반영되었음을 시사한다. 고고학자들은 이 게임을 통해 당시 사람들이 단순히 즐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삶의 경쟁, 인내, 예측 불가능한 운명을 놀이로 승화시켰다고 분석한다. 센트는 이처럼 고대 보드게임 중에서도 상징성과 복합성이 가장 높은 형태로 꼽힌다.

 

4. 현대에 되살아난 센트 –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


21세기에 접어들며 고대 문명을 현대적으로 복원하고 재해석하려는 시도가 늘어나면서, 센트 역시 다양한 방식으로 되살아나고 있다. 학자들은 발굴된 유물과 벽화를 토대로 센트의 규칙을 재구성하고, 현대적인 보드게임 형태로 출시하고 있다. 실제로 일부 박물관과 역사 체험관에서는 센트를 체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교육적 목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또한 디지털 게임 분야에서도 센트는 하나의 콘텐츠로 주목받고 있다. 몇몇 게임 개발자들은 스마트폰 앱이나 온라인 게임으로 센트를 구현하여, 고대 보드게임의 재미와 상징성을 세계인들과 공유하고 있다. 이는 단지 과거의 유물을 전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놀이를 통해 문화적 감수성과 역사적 지식을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센트는 단순한 게임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것은 운명에 대한 고대인의 사고방식, 삶과 죽음의 철학, 그리고 예술과 오락이 결합된 고대 사회의 구조를 보여주는 중요한 단서다. 현대인에게 센트는 단순한 유희 이상의 지적, 정신적 유산으로 남아 있으며, 고대 이집트 문명의 깊이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는 중요한 창(窓) 역할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