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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의 옛 전통 놀이 ‘고로도키’ – 볼링과 비슷한 스포츠

by azjar 2025. 4. 15.

1. 고로도키의 기원 – 슬라브 민속 속에서 태어난 전통 스포츠


고로도키(Gorodki)는 러시아에서 수백 년 전부터 전승되어온 전통 스포츠로, 슬라브 민속 문화에서 탄생한 대표적인 야외 놀이이다. 이 이름은 러시아어로 ‘작은 마을들’을 의미하는데, 이는 경기를 위해 세워지는 나무 블록들의 형태가 마치 작은 마을의 건물처럼 배열되기 때문이다. 고로도키는 단순한 민속놀이가 아닌 전통 스포츠로 발전해 왔으며, 근력, 정확성, 전략적 사고를 요구하는 복합적인 게임으로 자리 잡았다.

고로도키의 기원은 중세 러시아 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농민들이 장작이나 버려진 나무토막을 이용해 놀던 놀이에서 비롯되었다는 설이 유력하다. 특히 겨울이 길고 실내 활동이 제한적인 러시아 기후에서, 야외에서 즐길 수 있는 스포츠로 고로도키는 중요한 여가활동이 되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귀족, 군인, 심지어 러시아 제정의 황제들까지 즐기는 국민적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또한 고로도키는 러시아의 국민 시인 알렉산드르 푸시킨, 작곡가 차이콥스키 등 유명 인물들도 즐겼다고 알려져 있으며, 소련 시절에는 육체적 단련과 전략 사고 능력을 함께 기를 수 있는 훈련 게임으로도 사용되었다. 이처럼 고로도키는 단순한 전통 놀이를 넘어, 러시아인의 정체성과 민속적 자부심이 담긴 스포츠라 할 수 있다.

 

2. 고로도키의 경기 방식과 규칙


고로도키는 기본적으로 직사각형 형태의 경기장에서 진행되며, 바닥은 평평하고 단단해야 한다. 경기는 2명 이상의 플레이어가 번갈아 가며 진행하며, ‘비타’(битa)라고 불리는 막대기를 이용해 나무 블록을 멀리서 던져 쓰러뜨리는 방식이다. 이 블록들은 다양한 형태로 조합되어 ‘피겨’라 불리는 구조물을 이루는데, 그 모양은 약 15~20가지로 규정되어 있다.

가장 기본적인 피겨로는 ‘총알’, ‘레터 T’, ‘포크’, ‘집’ 등이 있으며, 각 피겨는 쓰러뜨리는 데 필요한 기술과 전략이 다르다. 플레이어는 주어진 던지기 횟수 안에 해당 피겨를 완전히 경기장 바깥으로 밀어내야 하며, 이를 성공하면 다음 피겨로 넘어간다. 이 과정에서 정확한 조준과 힘 조절, 블록의 구조 파악 능력이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고로도키의 규칙은 1930년대 소련 체육협회에 의해 공식화되었고, 이후 다양한 대회와 리그가 개최되며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 특히 고로도키는 단체 경기와 개인 경기 모두 가능하며, 어린이부터 성인까지 즐길 수 있는 범용적인 전통 스포츠로 인정받고 있다. 규칙은 단순하지만, 정확성과 전략이 요구되는 경쟁 요소 덕분에 현대 스포츠와도 비교될 만큼 체계적인 구조를 갖추고 있다.

 

3. 고로도키의 문화적 의미와 사회적 역할


고로도키는 단순히 운동 기능만 있는 스포츠가 아니라, 러시아인의 생활 문화와 공동체 정신을 반영하는 놀이이기도 하다. 농촌 지역에서는 일과 후 가족과 이웃이 함께 고로도키를 즐기며 세대 간의 교류와 공동체 유대감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작용했다. 특히 어린이들에게는 놀이를 통해 신체 기능을 발달시키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자연스럽게 학습하는 교육적 도구가 되었다.

소련 시기에는 고로도키가 사회주의 체육 운동의 일환으로 체계화되었으며, 공공 체육공원이나 학교 운동장에 고로도키 경기장이 설치되곤 했다. 이로 인해 고로도키는 개인의 건강 증진을 넘어서, 건강한 사회 구현을 위한 수단으로까지 격상되었다. 다양한 연령대가 함께 참여할 수 있는 경기이기에, 세대 간 장벽을 허무는 역할을 하기도 했다.

또한 고로도키는 예술과 문학에서도 자주 언급되며, 러시아 대중문화 속 전통의 상징으로 자리 잡고 있다. 다양한 민속 그림, 영화, 소설에서 고로도키를 하는 장면이 등장하며, 이는 러시아인들에게 고로도키가 얼마나 일상적이면서도 정서적인 유산인지 보여준다. 오늘날에도 농촌 마을에서는 고로도키가 일상적인 여가로 활용되며, 러시아인의 뿌리 깊은 공동체 중심 문화를 반영하고 있다.

 

4. 현대 고로도키의 보존과 부활 시도


21세기에 들어서며 고로도키는 다소 쇠퇴했지만, 여전히 러시아 문화유산으로 강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다. 최근 몇 년간 러시아 문화부와 지역 체육단체가 중심이 되어 고로도키의 현대화를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를 들어, 어린이 스포츠 교육 프로그램에 고로도키를 포함시키고, 도시 지역에서도 쉽게 설치할 수 있는 간이 경기장이 개발되고 있다.

또한 고로도키는 현재 ‘러시아 전통 스포츠’로 국제적인 인정을 받기 위한 활동도 병행 중이다. 일부 유럽 국가들과 러시아 디아스포라 지역에서는 고로도키 대회를 열며, 국경을 넘어선 문화 교류의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나아가 고로도키를 디지털 콘텐츠나 비디오 게임, 모바일 앱 형태로 재현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되면서, 젊은 세대에게 전통 놀이를 친숙하게 전달하는 새로운 방식이 모색되고 있다.

러시아의 전통 놀이 고로도키는 단순한 과거의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살아 숨 쉬는 스포츠 문화이다. 그 안에는 역사, 공동체, 전략, 놀이의 즐거움이 고스란히 담겨 있으며,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가치를 지키며 현대와의 접점을 확장해 나가고 있다. 고로도키는 러시아인의 정신과 삶을 이해하는 열쇠이자, 지속 가능한 전통 문화의 모델이 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