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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 시대의 인기 스포츠 ‘축국’과 현대 축구의 관계

by azjar 2025. 4. 5.

1. 고려 시대의 인기 스포츠 ‘축국’이란 무엇일까?


‘축국(蹴鞠)’은 고려 시대에 널리 유행했던 발로 공을 차는 전통 스포츠로, 고대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전파된 귀족 중심의 유희 활동이었다. 축국은 문자 그대로 ‘공을 차는 행위’를 의미하며, 주로 둥글게 만든 가죽 공을 발로 차며 기술을 겨루는 놀이였다. 이 놀이는 단순한 오락을 넘어선 신체 단련과 집중력 향상을 위한 스포츠적 성격을 띠었으며, 고려 시대 상류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고려 사회는 유교적 질서를 중요시하였지만, 문화적 교류가 활발했던 시기였기 때문에 중국 송나라와의 접촉을 통해 당나라식 축국의 영향을 받았다. 당시에는 ‘축국’이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도 도입되어, 군사력 강화와 체력 단련을 동시에 도모했다. 왕실이나 귀족 자제들 사이에서 축국은 기예와 품격을 동시에 갖춘 예술적 스포츠로 여겨졌다. 단순히 누가 더 멀리 차는가보다, 공을 떨어뜨리지 않고 얼마나 오래, 우아하게 차는지가 중시되었다.

이처럼 축국은 고려 시대 귀족층의 예절, 체력, 균형감각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스포츠였으며, 현대 스포츠와 비슷한 목적과 가치를 지녔던 놀이문화라 할 수 있다.

 

2. 축국의 경기 방식과 기술적 특징


축국의 가장 큰 특징은 두 명 이상이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고 얼마나 오래 차고 받을 수 있느냐를 기준으로 승패나 실력을 가늠했다는 점이다. 현대 축구처럼 골대를 향해 슛을 하는 것이 아니라, 공중에 공을 띄워 놓고 계속 차며 연결하는 방식이었다. 이런 점에서 보면 축국은 축구보다는 오히려 ‘헤딩 리프팅’ 혹은 ‘프리스타일 축구’의 연속 기술 연습에 더 가까웠다.

공은 가죽으로 된 주머니 안에 털이나 짚을 넣어 만들어졌으며, 둥글고 가볍게 제작되어 공중에서 오랫동안 유지할 수 있는 구조였다. 축국 선수들은 주로 발등이나 발목, 무릎, 허벅지 등을 이용해 공을 다루었으며, 손은 사용할 수 없었다. 기술력이 뛰어난 선수는 백발백중으로 원하는 방향으로 공을 조정하거나, 다양한 묘기를 선보이며 관중의 환호를 받았다.

경기는 정해진 시간이나 점수 없이 자유로운 형식으로 치러졌고, 보통 한 명이 기술을 선보이고 다른 이들이 이어받는 식의 연속 퍼포먼스 형태였다. 고려 시대에는 이런 축국 기술을 보유한 사람들을 ‘축국사(蹴鞠士)’라 불렀으며, 왕이나 귀족 앞에서 실력을 뽐내는 연회나 축제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았다. 이러한 경기 형식은 스포츠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예술과 퍼포먼스의 영역으로 발전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전례로 평가된다.

 

3. 축국과 현대 축구의 공통점과 차이점


고려 시대의 축국과 현대의 축구는 공을 발로 다룬다는 점에서 유사하지만, 경기 목적과 규칙, 구조 면에서 많은 차이가 있다. 가장 큰 공통점은 발로 공을 차는 운동이라는 점과, 이를 통해 신체 단련과 팀워크, 기술 향상을 추구한다는 점이다. 공을 땅에 떨어뜨리지 않기 위해 지속적으로 조정하는 기술은 리프팅 훈련과 유사하며, 현대 축구에서도 경기 중 이러한 능력이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반면, 가장 큰 차이점은 축국이 개인의 기량과 퍼포먼스를 중시한 예술적 유희였다면, 현대 축구는 목표지점(골대)에 공을 넣는 것을 중심으로 한 팀 기반의 경쟁 스포츠라는 점이다. 축국은 점수를 따기보다는 오래, 정확하게, 우아하게 공을 다루는 능력에 집중했으며, 이는 현대 축구의 훈련 과정인 드리블, 트래핑, 볼 컨트롤과도 연관되어 있다.

또 하나 주목할 만한 차이는 경기장 구성이다. 축국은 정해진 필드나 경기장이 따로 없었고, 궁중 마당이나 정원, 마을 광장 등 공간 제약이 적은 곳에서 자유롭게 진행되었다. 반면 현대 축구는 규격화된 필드와 엄격한 룰, 심판제도, 시간 제한 등 철저한 스포츠 시스템을 기반으로 운영된다.

이러한 점에서 축국은 현대 축구의 원형적 형태로서, 기술과 감각을 키우는 기초 스포츠의 성격을 지녔고, 현대 축구는 이를 계승·발전시켜 세계적인 팀 스포츠로 진화했다고 볼 수 있다.

 

4. 전통에서 현대까지: 축국의 유산과 스포츠 문화의 전승


축국은 비록 오늘날에는 사라진 놀이지만, 한국 스포츠 문화의 뿌리 중 하나로 간주되고 있다. 특히 축국은 동아시아 전역에서 유행했던 놀이로, 중국의 축국(주극), 일본의 게마리, 한국의 축국 등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발전하였다. 이들 모두 공통적으로 기술력과 집중력을 중시한 공놀이였으며, 현대 축구의 기술적 요소에 적잖은 영향을 끼쳤다.

오늘날에는 축국을 현대적으로 재현하고자 하는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일부 전통놀이 체험 프로그램에서는 축국 리프팅 체험, 전통 복식 착용 후 경기 시연 등 교육적 요소를 강화한 행사가 진행되며, 학생들과 일반 시민이 그 역사적 맥락과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축국의 유산을 계승해, 한국 축구의 뿌리를 인식하고 자긍심을 고취하는 목적으로 체험 콘텐츠가 활용되기도 한다.

더불어 축국은 오늘날 대한민국이 월드컵, 아시안컵 등의 국제 대회에서 활약하는 모습과도 연결될 수 있다. 고대에도 공을 다루는 기술을 중시했던 문화가 존재했음을 보여주는 축국은, 한국인의 운동 감각, 공간 지각 능력, 균형 감각 등이 이미 역사 속에서도 활발히 훈련되었음을 증명하는 사례다.

결론적으로, 축국은 단순히 과거의 놀이가 아닌, 현대 축구의 기술적 기반을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이자 전통 스포츠의 정체성을 되새기게 하는 소중한 유산이다. 축국을 통해 우리는 스포츠가 단순한 경쟁을 넘어, 문화와 정신을 담는 수단임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