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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 그리스의 전통 공놀이 ‘에피스키로스(Episkyros)’-축구와 럭비의 원형인가?

by azjar 2025. 6. 11.



1. 에피스키로스의 기원과 그리스 사회 속 위치


고대 그리스의 공놀이 ‘에피스키로스(Episkyros)’는 기원전 5세기 경부터 문헌에 등장하는 스포츠로, 오늘날의 축구나 럭비와 유사한 구조를 갖고 있어 ‘현대 팀 스포츠의 원형’으로 불리기도 한다. 에피스키로스는 그리스의 대표 도시국가 중 하나인 스파르타에서 특히 인기를 끌었으며, 젊은 남성들의 신체 단련과 군사 훈련의 일환으로도 활용되었다. 이름 ‘에피스키로스’는 ‘에피(위)’와 ‘스키로스(줄)’의 합성어로, 경계선을 기준으로 공을 상대 진영 쪽으로 몰아가는 방식에서 유래되었다. 이 게임은 단순한 오락을 넘어서 체력, 전략, 협동심을 요구하는 팀 스포츠로 인식되었고, 이는 고대 그리스의 이상적인 인간상인 ‘칼로스 카가토스(몸과 마음이 모두 아름다운 사람)’를 구현하는 하나의 방식이었다. 에피스키로스는 오락성과 실용성을 모두 갖춘 놀이로, 그리스 사회의 체육 문화 속 핵심 요소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고대 그리스의 전통 공놀이 ‘에피스키로스(Episkyros)’-축구와 럭비의 원형인가?
고대 그리스의 전통 공놀이 ‘에피스키로스(Episkyros)’-축구와 럭비의 원형인가?

 


2. 에피스키로스의 경기 방식과 규칙


에피스키로스는 보통 남성들로 이루어진 두 팀이 평평한 경기장에서 정해진 경계선을 기준으로 공을 주고받으며 진행되었다. 각 팀은 일정한 수의 선수들로 구성되며,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할 수 있는 점에서 축구보다는 럭비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경기장은 세 개의 주요 선으로 나뉘며, 중간선은 ‘스키로스’(경계선), 각 팀의 뒤쪽에는 ‘플라그라’라는 목표선이 존재한다. 경기는 공을 상대 진영 쪽으로 밀어내어 상대의 ‘플라그라’를 넘기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선수들은 서로 부딪치며 공을 탈취하거나 방어하며, 전술적 움직임이 매우 중요시되었다. 신체 접촉이 심한 편이었고 부상의 위험도 있었지만, 이는 오히려 병사들에게 필요한 체력 훈련의 연장선으로 여겨졌다. 또한 특정 상황에서 여성들도 참여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이는 당시의 체육 문화가 생각보다 포괄적이었음을 시사한다.



3. 현대 스포츠와의 비교 – 축구, 럭비의 원형인가?


에피스키로스는 공을 이용한 팀 경기라는 점에서 축구와 럭비 모두와 유사점을 가진다. 특히 손과 발을 모두 사용하며, 팀 간의 경계선을 넘기 위해 협동과 전술이 요구된다는 점에서 럭비와 가장 흡사하다는 분석이 많다. 하지만 공의 모양, 경기장 크기, 정형화된 점수 체계는 현대 스포츠만큼 명확하지 않으며, 신체 접촉의 강도나 역할 분담에서도 차이가 있다. 또한 일부 문헌에서는 로마 시대에 이르러 ‘하르파스툼(Harpastum)’이라는 유사한 게임으로 발전되었음을 보여주며, 이는 다시 르네상스를 거쳐 유럽 각지의 공놀이 전통에 영향을 미쳤다. 축구의 직접적인 기원으로 보기에는 무리가 있지만, ‘팀 대결’이라는 기본 틀을 제공하고 이후 스포츠의 전개에 정신적, 구조적 영감을 준 것은 분명하다. 에피스키로스는 단순한 과거의 놀이가 아니라, 현대 스포츠 정신의 태동을 보여주는 문화적 단서로 여겨진다.



4. 에피스키로스의 문화적 의미와 현대적 재조명


에피스키로스는 고대 그리스 사회에서 단지 운동경기가 아니라, 공동체 의식과 이상적인 인간상을 표현하는 중요한 문화적 행위였다. 청소년 교육, 군사 훈련, 축제 행사 등 다양한 맥락에서 활용되며, 사회 통합과 신체 수련이라는 이중적 목적을 지닌 복합적인 스포츠였다. 오늘날, 일부 역사 스포츠 재현 축제에서는 에피스키로스를 바탕으로 한 시연 경기가 펼쳐지며, 고대 그리스의 체육 문화를 현대에 전달하는 문화적 콘텐츠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또한 교육적 측면에서 고대의 스포츠가 단지 유희가 아닌 철학적 가치와 공동체 교육의 도구였음을 알리는 계기가 되며, 체육 교육이나 고대사 연구에서도 중요한 사례로 다뤄지고 있다. 에피스키로스는 스포츠가 단순한 경쟁이 아니라 문화, 가치, 정체성을 담은 사회적 행위임을 일깨워 주는 고전적 모델이라 할 수 있다.